존재보다 쓸모를 중시하는 사회에서 불안은 어떻게 구조화되며, 우리는 어떻게 감정의 주권을 회복할 수 있을까?
존재를 증명해야만 하는 사회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 합니다. ‘괜찮은 사람’임을, ‘쓸모 있는 존재’임을. 그렇지 않으면 내 자리가 사라질 것만 같기에.
한국 사회를 둘러싼 비교심리, 외모지상주의, 물질만능주의는 결국 하나의 감정에서 출발합니다. 존재 그 자체로는 안 된다는 믿음. 기능, 성과, 스펙, 외모—무엇으로든 나의 가치를 환산할 수 있어야 살아남는 세상.
그 구조 안에서 우리는 점점 자신을 ‘사람’이 아니라 ‘상품’처럼 다룹니다. 어떻게 보여질지, 얼마나 쓰일지를 먼저 고민하는 존재가 됩니다.

불안은 어디서 만들어지는가: 개인적 감정인가, 구조의 산물인가
이 불안은 단지 내성적인 사람의 기질이거나, 성격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제도, 문화, 집단의 프레임이 그것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재생산합니다.
- 교육: 줄 세우는 입시 구조는 어릴 때부터 비교를 학습시킵니다.
- 노동시장: ‘효율성’과 ‘성과’라는 키워드가 사람을 자원화합니다.
- 소비문화: 끊임없는 업그레이드, 최신성의 압박은 자아를 외부에 투사하게 만듭니다.
개인의 감정은 이렇게 사회 구조와 얽혀 있습니다. 그리고 그 구조는 ‘생존을 위한 쓸모’를 강조하며 우리에게 끊임없는 자기 증명을 요구합니다.

탈진한 채로 살아가는 삶
언제나 ‘준비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놓치지 않기 위해,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하지만 준비의 끝에 기다리는 건 안정이 아니라 탈진입니다.
교육, 입시, 취업, 육아—모든 영역에서 우리는 ‘Start’ 지점에 도착하기도 전에 에너지를 모두 태워버립니다. 불안은 쉼 없이 우리를 몰아세웁니다. 무언가를 얻어야만, 누군가보다 앞서야만 겨우 살아 있을 수 있다고 믿으니까.
이런 삶의 방식은 마치 배터리를 100% 충전해놓고 사용도 하기 전에 방전되어버리는 구조와 닮아 있습니다.

중심은 어디에 있는가
타인의 눈, 사회의 기준, SNS의 숫자. 그 안에 내 기준이 있다면, 우리는 언제나 바깥에서 살아가게 됩니다. 경계에선 삶은 불안정합니다. 누구의 말 한마디에 흔들리고, 작은 변수에도 요동칩니다.

칼 로저스(Carl Rogers)는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이 인간 성장의 필수조건이라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조건적 수용의 언어에 익숙합니다. “잘했어.” 하지만 그 안엔 늘 조건이 있습니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소유냐 존재냐』에서 ‘존재’보다 ‘소유’를 통해 자아를 증명하려는 현대인의 불안을 지적합니다. 더 많이 가지려는 마음, 더 나아 보여야 한다는 강박. 그것은 결국 우리를 자기 자신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듭니다.
감정에서 출발하는 회복
‘내면의 중심’을 되찾는 여정은 거창하지 않습니다. 오늘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그 감정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이건 단지 감정을 기록하는 일이 아닙니다. 삶의 흐름을 감지하는 일입니다. 자기 삶의 키를 다시 손에 쥐는 시작입니다.
그리고 그런 사유는 또 다른 차원으로 연결됩니다. 정서적 안전감을 바탕으로 한 삶의 설계, 내면중심성에 기반한 판단력, 기능주의 인간에 대한 저항 같은 것들로 말이죠.
이 연결고리들은 곧 더 깊은 사유로 우리를 이끕니다. 불안을 감정의 문제가 아닌, 철학의 문제로 전환하는 순간입니다.
쓸모가 아닌 존재로
쓸모로 존재를 설명하는 세상에서, 나는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그 자체로 괜찮은 사람이 되자.”
존재의 무게중심이 외부에 있을 때, 우리는 흔들립니다. 내가 중심을 잡을 때, 삶은 방향을 갖습니다. 그리고 중심은 언제나 감정에서 시작됩니다.

오늘, 당신에게 묻고 싶은 세 가지
- 지금 이 감정은 어디에서 왔을까?
- 나는 지금, 누구의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을까?
- 나는 진짜 어떤 삶을 원하고 있는가?
이 글이 좋았다면, 구독으로 사유의 여정을 함께 걸어가요.
당신의 감정이 머문 곳은 어디인가요? 댓글로 나누어 주세요.
함께 읽으면 좋은 글
- 『구별 짓기: 문화 취향 비판 사회학』 – 피에르 부르디외
사회 계층과 문화적 취향 간의 연관성을 분석하며, 특정 문화적 취향이 어떻게 사회적 가치로 통용되고 계층 재생산에 기여하는지 설명합니다. - 『유동하는 근대』, 『유동하는 공포』 – 지그문트 바우만
예측 불가능하고 불안정한 유동적 근대 사회에서 개인이 겪는 불안감과 공포의 본질을 탐구합니다. - 신지은. (2011). 액체 근대의 지옥 속에서 유토피아를 살아내기, 『유동하는 공포』, 지그문트 바우만, 함규진 옮김, 산책자, 2009 (Zygmunt Bauman, Liquid fear, Cambridge: Polity Press Ltd., 2006). 로컬리티 인문학,(6), 343-352. 10.15299/tjl.2011.1.6.343
- 『피로사회』 – 한병철
현대 사회가 ‘성과 사회’로 변화하면서 개인이 끊임없이 자신을 착취하고 ‘번아웃’ 상태에 이르는 현상을 분석합니다.






댓글 남기기